[호수해수] Psycho Control Freak
2023. 3. 31. 03:22

 

 

COC 시나리오 <Psycho Control Freak>의 로그 백업입니다.

 

원문 시나리오 ➔  https://posty.pe/dm1834

 

현대 한국 배경으로 개변했습니다.

*상해, 사망, 살해, 유혈, 집단에 의한 폭력 등의 묘사가 존재합니다.

 

더보기
 
Psycho Control Freak.
 
해수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작은 방에서 일어납니다.
 
창밖에서 쏟아지는 밝은 빛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빛을 반도 막아내지 못하는 커튼입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학교에 갈 필요는 없으니 잠시 밍기적대도 좋지만… 성당에 가는 날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윤해수:(잠에서 깼지만 휴대폰을 집어들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씁니다. … 성당 가기 싫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 싫어 잠시 밍기적대고 있으면,
 
똑똑,
 
윤호수:일어났어? 들어가도 돼?
 
윤해수:… (자는 척 대답하지 않습니다)
 
윤호수:(문을 열고 고개를 문틈 사이로 빼꼼 내밉니다.) … 일어나있다는 거 알고 있어.
성당… 가야지.
 
윤해수:엄마아빠도 없는데 무슨 성당이야… (이불을 뒤집어쓴 채 꼼짝않습니다.)
 
윤호수:그래도 늘 가던 곳이잖아. (결국 방으로 들어와 해수의 이불을 걷어냅니다.) 자, 일어나.
 
윤해수:악! (찬 바람이 휙 몰려오자 몸을 웅크린다.) 진짜 너무해!
싫어싫어, 안 갈래. 더 잘거야. 어제 늦게 잤단 말이야. (도로 이불을 뺏어옵니다.)
 
근력대항할까요?ㅋ
 
윤호수: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해수: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해수는 이불을 되찾아오지 못했습니다.
 
윤해수:심지어이겼어
 
윤호수:… 옷 갈아입고 나와. 아침 만들어줄테니까. (이불을 곱게 접어 침대 구석에다 둡니다.)
 
호수는 그러고 방을 나갑니다.
 
윤해수:아침부터 매정하다 매정해~ (나서는 뒷모습에다 대고 소리침)
(대충 후드티에 편한 바지로 갈아입습니다. 귀찮은데 이 정도면 되지 뭐.)
 
관찰 판정
 
윤해수: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팔뚝에 생긴 푸른 자국이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팔을 꽉 잡히기라도 한 듯한… 새파란 멍자국입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멍은 커녕 상처 하나 없었는데 말입니다. 희한한 일이네요.
 
긴팔 후드티를 입으면 가려지는 위치에 나 있습니다.
 
윤해수:(…뭐야? 자다가 생기기라도 했나.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방을 나섭니다.)
아침은 뭐야 오빠~?
(귀 후비적대면서 나옵니다)
 
윤호수:오므라이스… (접시를 내옵니다.) 세수하고 나와서 먹어.
 
윤해수:어휴, 뭐 이렇게 시키는 게 많아? 배고프니까 먼저 먹을래. (후다닥 숟가락을 들고 와 자리에 앉습니다.)
 
윤호수:(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포기합니다) 그래… 많이 먹어.
… 어제는 잘 잤어?
 
윤해수:어제? (떠올려봅니다. 해수는 어제도 불쾌한 꿈을 꿨나요?)
 
떠올려보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윤해수:(꿈 내용 기억나나요)
 
고것은.. 지능 판정을 해봅시다
 
윤해수: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윤호수:우리 해수 똑똑해~
 
윤해수:오빠 닮아서 ㅎㅎ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해수의 전신을 휘감아 압박하는 꿈이었습니다.
 
윤해수:으, (꿈의 내용을 떠올리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니. 거지같은 꿈을 꿨어.
 
윤호수:… 그래? 어떤 꿈이었는데?
 
윤해수:뭔가 내 몸을 막 휘감아서 숨이 안 쉬어지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이런 꿈 자주 꾼단 말야.
 
윤호수:요즘 고민거리라도 있어? 답답한 일이라던가...
 
윤해수:음~ 그런 건 없는데. (오므라이스를 입에 넣고 우물대다가) 아, 있다. 누구누구씨가 자꾸 아침에 억지로 깨워서 너무 힘든데 어쩌지 오빠?
 
윤호수:… … 맨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일요일에만 그러는 거잖아.
 
윤해수:난 누구라고 말 안 했는데~? (진부한 농담을한다.)
 
윤호수:(무슨 반응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일어나서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마워.
 
윤해수:뭐야? 오그라들게 갑자기.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나쁘게 굴긴 했지. 오빠도 갑자기 착해진 것 같고… 이 정도 어울리는 건 싫지는 않으니까.)
 
윤호수:(오그라든단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말합니다.) 뭔가… 널 힘들게 하는 일이 있으면 말하고.
 
윤해수:어우, 알겠어. 더 듣고 있으면 체할 것 같으니까.
오빠 외로워?
 
윤호수:무슨 의미야? (묻고는, 난 항상 그랬어. 속으로 생각한다.)
 
윤해수:의미가 필요해? 그냥 묻는 건데.
엄마 아빠 다 죽고 너무 슬퍼서 그러나~ 싶어가지고.
 
윤호수:… 딱히 그렇진 않아. (왜냐면 그것과 상관없이 항상, 그랬으니까…)
… 다 먹었으면 혹시 설거지 좀 부탁할 수 있을까?
 
윤해수:에~ 설거지 내가 해?
 
네.. 근데 얼마 전부터 호수는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방에 틀어박히기 위해 설거지를 부탁하는 것 같군요
 
윤호수:부탁할게. 해야 되는 게 있어서...
 
윤해수:뭐, 알겠어. (간만에 좋은 동생처럼 굴어볼까.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윤호수:고마워… (살짝 웃고는 어김없이 방으로 들어갑니다.)
 
윤해수:(뭘 하길래 저러는 걸까..)
 
해수는 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행운 판정
 
윤해수: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딴생각을 하던 중 미끌거리는 비눗기 때문에 그만 접시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접시는 산산조각이 납니다.
 
윤해수:꺄악!!
 
소음을 들은 호수가 놀란 표정으로 달려옵니다.
 
윤호수:괜찮아? 일단 뒤로 물러나!
 
윤해수:난 괜찮은데… (놀란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몇 걸음 물러납니다.)
 
윤호수:다친 덴 없어? (깨진 접시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해수의 손이 괜찮은지 눈으로 살피다가 팔뚝에 새파랗게 든 멍에 시선이 닿습니다.) … 이건 어쩌다 생긴 거야?
 
윤해수:어, 이거? (예상 외의 화제에 살짝 당황해서) 자다가 생긴 것 같은데 나도 잘 몰라. (머쓱해서 걷은 소매를 다시 내린다.)
 
윤호수:… 일단 알겠어. (불안한 표정으로, 소매를 내려 멍이 보이지 않게 되어도 그것이 있었던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윤해수진심이야 그거? (호수의 행동이 의아한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윤호수농담 아니야. (진지한 표정이다. 어쩐지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준비하고 나가자. 접시는 다녀와서 내가 치울게.
 
윤해수:어… 뭐, 그래. (사뭇 진지한 태도에 당황해서 순순히 대답한다.) …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이런 의미인가. (좋은 동생 한 번 되려다 어쩐지 일만 키운 기분이다. 머쓱한 듯 뒷덜미를 긁적인다.)
 
윤호수:신경 쓰지 마. 그럴 수도 있지. (나갈 채비를 하려는 듯 화장실로 향한다. 뒤를 돌아 더 이상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멍이 든 것이 그렇게 큰 일인 걸까요?
 
이러나 저러나, 그는 당신을 아끼는 사람이니까요.
 
그것이 외로워서든, 죄책감 때문이든, 좋은 오빠가 되고 싶은 욕망에서든 말입니다.
 
이제는 정말 나갈 시간입니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한 성당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원래는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성당지만 오늘은 단둘입니다.
 
호수가 앞서 걸어갑니다. 해수는 뒤를 따르나요? 아니면 옆에 설까요?
 
윤해수:(뒤를 따라 걸어갑니다.)
 
호수는 해수가 잘 오고 있는지 이따금씩 돌아보며,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나갑니다.
 
성당와 가까워질수록 거리에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거리에 인파가 몰리자 앞서 걷던 호수는 해수와 걸음을 맞춰 걸어갑니다.
 
그거 들었어? 저번에 글쎄, 횡단보도 앞에 빵집 주인이 말이지…
 
호수 오빠랑 해수 언니다! 안녕!
 
가스 요금이 또 오른다고? 정말이지 말세군…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윤해수:(인사하는 아이에게는 손만 들어 쿨하게 인사해줌)
 
윤호수:안녕… (호수도 인사해줍니다ㅋㅋ)
 
활발한 마을 사람들의 인파 사이에서, 어느새 성당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새하얀 벽과, 십자가를 얹은 돔. 그런데…
 
관찰 판정
 
윤해수: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당의 벽의 담쟁이덩굴 사이에서, 다른 덩굴보다 훨씬 어두운 색을 띈, 잎 하나 달려있지 않은 두툼한 덩굴이 보입니다.
 
저건 덩굴이라기보다는… …
 
이성 판정
 
윤해수: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차감
 
윤해수:(와.. 개 징그럽게 생겼네. 기분 나빠. 그런 생각이나 하며 계속 걸어갑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정신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예배당 안입니다.
 
소란스럽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어느새 잦아들고, 거대한 돔 천장 아래의 예배당에는 숨죽인 속삭임이나 한두 마디씩 오갈 뿐입니다.
 
율리우스 신부가 단상에 서면, 그 속삭임마저 사라지고 정적만이 공간에 내려앉습니다.
 
율리우스 신부의 지루하고도 긴 설교가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고개를 숙이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있고, 손을 모아 잡은 채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사람, 율리우스 신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군요.
 
윤해수:(뒤로 기대 앉아 흥미 없는 눈빛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냅니다.)
(호수는 뭐 하고 있는지 봅니다.)
 
호수는 손을 모아 잡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교를 경청하고 있는 태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에 깊게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윤해수:(뭐야, 기껏 데려와놓고 자기도 안 듣고 있잖아. 호수를 보고는 입을 삐죽 내밉니다.) … (괘씸한 기분에 호수를 방해하고자 다리를 꼬고서는 호수의 종아리를 발로 툭툭 건듭니다.)
 
윤호수:… (그제서야 깊은 사색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돌려 해수를 바라본다. 할 말 있어? 하는 표정.)
 
윤해수:(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 다시 앞을 봅니다.)
 
윤호수:(어이없다는 듯 살짝 웃고 다시 원래 취했던 자세로 돌아갑니다.)
 
윤해수:(사람들이 보면 이런 것도 받아주는 착한 오빠라고 생각하겠지… 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드디어 설교의 막바지입니다. 율리우스 신부가 가만히 입을 엽니다.
 
듣기 판정
 
윤해수: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 가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성흔이 생긴 분, 또는 주변에 성흔이 생긴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늦여름이 되면, 율리우스 신부는 성흔이 생긴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었지요.
 
그러면 한 사람 이상이 손을 들고, 그 중 꼭 한 명만은 다음날부터 마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율리우스 신부의 말로는 성흔이 생긴 사람은 성인 (聖人) 이 되며, 성인은 외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살게 된다고 합니다.
 
유럽 곳곳에서 오는 편지들을 보면 제법 안락한 삶을 즐기는 것 같다며, 성인이 된 사람들의 가족, 친구, 애인들은 순진한 어린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지능 판정
 
윤해수: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정말 부러운 삶 아닌가요? 신의 인정을 받아 왕처럼 대접받으며 사는 삶이라니…
 
윤해수:(외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무 걱정도 고통도 없는 안락한 삶이 아닐까? 손을 드는 사람이 있는지 부러움이 서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명심하십시오. 성흔은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어떠한 흔적도 성흔이 될 수 있습니다. 상처나 멍 마저도. 설사 진짜 성흔이 아니라고 해도 벌은 없으니, 걱정 없이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쭉 올린 가느다란 아이들의 손이 늘어갑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팔뚝에 멍이 들어있지 않았던가요? 그 멍이 성흔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진짜 성흔이라면 당신은 외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사는 성인이 되겠지요.
 
해수는 손을 드나요?
 
윤해수:(이게 정말 성흔이라면, 지금 살고 있는 좁고 낡은 구식 아파트와도 작별일 것이고, 쥐꼬리만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고민의 여지는 없다. 해수는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오빠는 혼자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치자 들었던 손을 반쯤 내렸다.)
 
반쯤 내린 해수의 손목을 호수가 낚아채 완전히 내려버립니다.
 
윤해수:(뭐야, 혼자 좋은 데 가지 말고 같이 시궁창에서 죽자는 거야? 호수를 째려봅니다.)
 
윤호수:… 말하지, 말라고, … 했잖아. (속삭인다.)
 
윤해수:내 앞길 막으려고? (짜증 섞인 말투지만 따라서 속삭이며 말한다.)
 
윤호수:… 널 위해서야.
자세한 건 못 말해. (해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하지만 정말로 널 위해서야.
 
윤해수:… 아니기만 해 봐. (내가 오빠 때문에 손을 들길 머뭇거렸다는 걸 오빠는 눈치챘을까.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행동이라 쑥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는 걸까?)
 
윤호수:(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믿으라는 듯.)
 
윤해수:(바보 같아… 오빠도, 나도.)
 
길고 긴 예배가 끝나고, 둘은 시장으로 향합니다.
 
호수는 익숙한 듯이 식재료를 구매합니다.
 
윤해수:내가 성인(聖人)이 되면 이런 데 올 필요도 없을텐데에-.
 
윤호수:… (가장 싼 가격의 야채를 비교해가며 고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외국에서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윤해수:오빤 외국 가봤어? 안 가봤잖아. (물음에는 대답 안 하고 딴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윤호수:글쎄, 여기보다야 낫겠지만… (딴소리에 휘말렸다.) 아,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야채를 카트에 집어넣고는 앞서간다.)
 
윤해수:(뒤따라간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왜 말하면 안 되는데?
 
윤호수:어떻게 될 지 확실하지 않아서 이유를 말해주기는 좀 그래.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주변에 말하고 다니지는 말라는 거야.
 
윤해수:불확실해도 지금 말하면 안 돼? 답답하다니까. 오빠는 정말이지 이도저도 아닌 것 투성이야.
 
윤호수:확실한 거… 하나 있잖아. 주변에 말하지 말라는 거. 그것만 지키면 돼. (이도저도 아닌 것 투성이야.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괜히 제 긴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 먹고 싶은 거 있어?
 
윤해수:오빠는 비밀도 너무 많아. (가벼이 말하고는 즐거운 발걸음으로 과자를 가져와 카트에 넣는다.) 나 이거!
 
윤호수:… (곧바로 해수가 가져온 과자의 가격표를 본다. 이 정도라면 괜찮으려나.) 알겠어.
 
생활에 필요한 식재료와 해수가 고른 과자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호수는 식재료 정리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윤해수:뭐~? 이거 내가 정리해?
나 냉장고 자리 모르는데~ 막 넣는다?
 
윤호수:비슷한 것끼리 넣으면 돼. 어렵지 않아. … 부탁할게. 할 게 있어서…
 
방문 너머로 호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어서,
 
듣기 판정
 
윤해수: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방문 너머가 뭔가 소란스럽습니다. 안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창문, 탁자, 장바구니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윤해수:대체 뭘 한다는 건데? (소파에 털썩 걸터앉아 탁자를 봅니다.)
 
낡았지만 튼튼한 탁자입니다. 이사오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가요? 아까 미처 정리하지 못한 나이프 하나가 올려져 있네요.
 
윤해수:아아, 짜증 나! (나한텐 아무것도 안 말해주고! 탁자를 걷어차고 창문에 시선이 닿습니다.)
 
탁자를 걷어차자 나이프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관찰 판정
 
윤해수: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 창틀이 눈에 띕니다. 이 마을의 여느 건물이 그렇듯 창틀에도, 창밖에 보이는 건물들의 벽에도 담쟁이덩굴이 올라타 자라나고 있네요. 창 밖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창틀에 초록빛을 띄는 끈적한 물질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성 판정
 
윤해수: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더러운 게 묻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애초부터 그리 깔끔한 건물은 아니었을테니까.)
(미뤄둔 숙제를 보는 심정으로 장바구니를 봅니다.)
 
빵, 야채, 고기 등 식재료가 가득한 장바구니입니다. 호수에게 한 소리 듣기 싫으면 어서 정리해 둬야겠어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윤해수:(귀찮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까… 몸을 일으킵니다.)
 
해수가 몸을 일으켜 장바구니를 집어드는 것과 동시에, 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호수가 문을 열고 나옵니다.
 
윤호수:정리하게? (살짝 미소 띤 얼굴)
 
윤해수:어어… 뭐. (대충 대답한다.) 할 일이라는 건 끝냈나 몰라?
 
윤호수:완전히 끝낸 건 아니지만… 그럼 같이 정리할까?
 
윤해수:잠깐… 되게 기뻐보인다? 우리 언제부터 그렇게 친한 사이였어?
'같이 정리'라니. 오글거려.
 
윤호수:… 미안.
 
윤해수:알면 됐어. (그리고 장바구니를 휙 낚아채 냉장고 앞으로 가버립니다.) 정리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윤호수:뜨아앗...
 
어색한 분위기가 집안에 감돌지만, 호수는 두 사람 몫의 저녁식사를 준비해 테이블에 내옵니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나요?
 
윤해수:(뭐.. 그정도는 합니다)
(딱히 말을 먼저 꺼낸다던가 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그렇군용.
 
아까 사 온 식재료의 일부를 사용해 만든 저녁을 먹고 나면, 슬슬 잠에 들 시간입니다.
 
불확실하고, 비밀스러운 오빠의 모습. 늘 그랬지만 신경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해수는 잠에 듭니다.
 
그리고 악몽을 꿉니다.
 
당신의 주변을 둥글게 둘러싼 횃불들이 타고 있고, 당신의 앞에는 당신의 키의 3배는 되는 듯한 거대한 덩굴나무가 당신을 압도하듯 서 있습니다.
 
젖은 흙과 무언가 썩는 듯한 악취가 진동합니다.
 
해수는 꿈 속에서, 횃불 사이에 일렁이는 덩굴나무를 향해 다가갑니다.
 
아니, 일렁이는 게 아니었어요. 덩굴나무의 줄기 하나하나가 모두…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꿈틀거리는 줄기 하나가 천천히 뻗어나와 당신의 목을 휘감습니다.
 
목의 혈관이, 기도가, 하나하나 압박당해 막혀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윤해수:으, 윽…! (목을 휘감은 줄기를 손으로 떼어내려 애쓰며, 있는 힘껏 발버둥친다.)
 
괴로워 몸버둥치던 중-
 
해수야!
 
호수의 목소리에 퍼뜩 눈이 떠집니다.
 
윤호수:괜찮아?
 
당신은 식은땀에 푹 젖은 채 침대에 누워 있고, 호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문을 막 열고 들어온 참입니다.
 
불쾌하게 실감나는 꿈이었네요. 아직도 목 위의 피부가 쓰라리고, 눈알이 튀어나갈 듯 아픕니다.
 
이성 판정
 
윤해수: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차감 없습니다.
 
윤호수:악몽을 꾼 거야?
 
윤해수:(가쁜 숨을 몰아쉰다.) 어. 아마도.
 
윤호수:…! (당신의 목덜미에 시선이 닿더니, 눈이 커진다. 막연한 불안이 확실한 공포로 바뀌어버린 얼굴이다. 자신도 모르게 해수의 목덜미로 손길이 올라간다.)
 
윤해수:(반사적으로 손길을 피하며) 왜 이래?
 
윤호수:(아랑곳않고 여전히 쓰라린 당신의, 검붉은 멍이 든 목 피부 위로 손을 올린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은 채 무너지듯 고개를 침대에 파묻었다.)
 
윤해수:(일견 당황하는 듯 싶더니, 누워서 천장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알았다. 목에도 성흔이 생겼구나?
오빠. 그만 슬퍼해. 나 먼저 가서 잘 살고 있을게. (기쁨에 가득 찬 얼굴이다.)
 
윤호수:… … 면 안 돼.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속삭인다.)
 
윤해수:뭐?
 
윤호수:가면 안 돼. (떨리는 목소리.)
 
당신의 모습을 본 호수는, 일주일이 넘게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학교는 가지도 않았고요. 해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 해수는 학교에 가지 않은 게 아니죠. 호수가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윤해수:네??
 
아침에 당신의 모습을 본 호수는 온 집안 창문의 블라인드를 전부 내려버리고, 현관문의 작은 틈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마치… 이 집을 바깥과는 완전히 분리된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
 
그 무엇도 설명해주지 않은 채.
 
마지막 창문을 막아버리기 전, 한 줄기 빛 사이에서 공포에 질린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호수가 속삭입니다.
 
윤호수:모든 게 널 지키기 위해서야.
 
윤해수:저 궁예 해도 되나요
 
윤호수:그럼요!
 
윤호수:ㅎㅎ
 
그렇게 거의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호수는 해수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 잠을 잘 때 조차도.
 
윤해수:오빠 진짜 미쳤어?
동생 잘 되는 꼴이 그렇게 보기 싫어?
 
윤호수:그런 게 아냐. (초췌한 얼굴로 대답했다.)
 
윤해수:그럼 뭐야? 혼자 남는 게 그렇게 싫어? 따지고 보면 엄마 죽은 것도 오빠 때문이잖아!
아빠 죽은 뒤로, 오빠가 엄마 힘들게만 안 했어도. ... 오빠가 '남자'처럼만 있었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었을 거야.
얼마나 더 가족을 망치려고 그래? (모진 말을 쏘아붙인다.)
 
윤호수:(해수의 말이 비수처럼 박힌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내가 나로 있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하고 생각하지만… 내뱉지 않았다. 지금은 네가 안전한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래서 너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
 
윤해수:(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뱉는다.) 오빠 진짜 이기적인 거 알아? 항상 자기만 중요하고, 남은 하나도 생각 안 하지.
 
윤해수:화끈하다
 
윤호수:예전 일을 말하는 거라면,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번엔 아니야. 정말로, 모든 건 널 위해서-
 
윤해수:아 바로가시네
(호수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뺨을 후려친다. 본인도 스스로의 행동에 놀란 건지,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양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 오빠는 완전 미쳤어. 또라이야. 제정신이 아냐... 어떻게 동생을 가둬? 거기에 대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는데?
 
윤호수:(고개가 휙 돌아가고, 안경이 날아갔다. 아무 말 없이 안경을 주워 쓰고는) 마음대로… 생각해. (끝났구나, 겉으로만 얄팍하게 쌓아온 우리의 친애는. 호수는 직감했다. 미처 풀지 못한 앙금이 남아있는 이상 사이좋은 남매란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호수는 알지 못했고, 지금 일이 무사히 해결된다면, 조금은 나아질거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여전히 설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윤해수:(끝났다. 해수 역시 직감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본인이 뺨을 후려친 주제에 호수의 앞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린다.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와 더욱 크게 운다.) 말 좀 해 봐!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윤호수:... 조금만 더 기다려줘. (화끈거리는 고통이 남은 제 뺨을 어루만지다, 방 밖으로 나선다.)
 
호수는 예배에 혼자서라도 참석할 생각인지, 아니면 식재료를 사러 갈 생각인지, 당신을 홀로 두고 나가 버렸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요일이지만, 전구를 모두 빼 버려서 집은 언제나 어두컴컴한 탓에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들군요.
 
시간이 흐르고, 날짜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리게 해주는 건 성당의 종소리 정도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악몽만큼은 꾸지 않게 되었네요. 몸에 정체를 모를 멍이 남는 일도 없어졌어요.
 
현관문이 닫힌 후.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틀림없이 자물쇠의 소리입니다. 현관문에 자물쇠를 건 걸까요? 그것도 바깥에서?
 
윤해수:미친… (중얼거린다.)
 
집에 혼자 남겨진 해수는, 호수의 방과 거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윤해수:(현관문을 덜컥거리며 열어봅니다.)
 
자물쇠가 걸린 듯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만 시끄럽게 울릴 뿐 열리지 않습니다.
 
윤해수:.. 어디 가!! (닿지 않겠지만 문 너머로 소리칩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윤해수:하… (한숨을 내뱉으며 호수의 방에 들어가봅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잔뜩 어질러져 있는 호수의 방입니다. 깔끔한 성격의 호수가 방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책장, 침대, 바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윤해수:(책장부터 살핍니다.)
 
여느 가구들처럼 낡은 티가 나는 책장입니다. 처음 보는 책이 잔뜩 꽂혀 있네요.
 
자료조사 판정
 
윤해수: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고대 풍요 신학 연구>
 
고대로부터의 ‘마르는 나무’ 신앙에 대한 글이 적혀 있네요.
…고대로부터 이어진 인신공양 풍습은, 여전히 잉글랜드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인신공양 풍습과 같이 전쟁포로나, 처녀를 바치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연구에 따라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____만이 제물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
이러한 신앙은 대개 마을 단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제물로 선정된 사람이 마을을 버리고 도망쳐 살아남는 것 역시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으나, 마을이 신앙의 붕괴와 함께 해체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제물의 입장에서는, 자신 한 명의 목숨과 마을 전체의 안전을 저울질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에야 다른 마을로 도망치면 될 일이지만… (중략)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마을을 떠나 홀로만 살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방 안이 어두운 탓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이 식물의 이해>
아마존에서 발견된 “어둠의 아이”는 나무보다는 짐승에 더 가깝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무 자체의 의지가 있어 덩굴과 같은 팔들이 희생양을 감싸 입으로 밀어넣는다.
자고 일어나보니 몸 일부에 가지가 감겨 있던 사람들의 사례가 있으며, 가을이 되기 전에 인간을 섭취하여 일 년간 양분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사회 집단에게 최면과 같은 힘을 발휘해 자신을 종교적으로 숭배하게 만드나, ____에게만은 이 힘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나무를 퇴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위험하다. 도끼, 칼 등 물리적으로 가지를 잘라내는 것만이 해결책이며, 기타 나무와 다르게 불, 화약, 독 등은 통하지 않는다. 한편, 당연하게도 당신이 가지를 잘라내는 동안 이 나무가 가만히 있어 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윤해수:자기가 뭐 읽었는지 다 펼쳐두고 다닐 거면서 왜 안 알려주는 거야? (손으로 책을 짚어가며 면밀히 살펴본다.)
... 이상한 책 읽어서 이상해진 거 아냐? (불안에 휩싸였다던가. 그보다, 덩굴이라… 시퍼런 멍이 남은 제 목덜미를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졌다.)
(침대를 살펴봅니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곳입니다. 호수의 원래 성격이 드러나네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윤해수:(바닥을 바라봅니다.)
 
온갖 종이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습니다. 이 종이는 다 뭘까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자료조사 판정
 
윤해수: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
 
율리우스가 호수에게 쓴 편지입니다. 둘이 언제부터 편지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죠?
 
어두워서 내용까지 알아보기는 힘듭니다.
 
윤해수:(이게 다 뭐람. 편지를 집어들어 주머니에 넣습니다.)
(거실로 나가봅니다.)
 
온갖 목재며 공구들로 난장판이 된 거실입니다. 잘 보지 않고 걸으면 무언가 밟아 다칠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네요.
 
어지러이 널린 공구들 사이, 톱이 눈에 들어옵니다.
 
테이블 아래에는 일주일 전 치우지 않았던 나이프가 그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윤해수:(홀리듯 나이프를 집어든다. 나무, 덩굴, 가지… … 그것에 맞설 최소한의 칼.) … 오빠 책장에 있던 책을 읽어서 그런가 나까지 이상해진 것 같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호수의 진중한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해수는 생각한다. 오빠는 정말로 날 지키고 싶어했던 걸까? 하지만 엄마도 지키지 못했으면서 이제 와 그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결국 다 자신이 편해지기 위한 행동이면서.
 
해수는 나이프를 챙깁니다.
 
그리고,
 
듣기 판정
 
윤해수: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현관문에서 철컥이는 소리가 납니다.
 
문이 벌컥 열리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밝은 빛에 당신이 눈을 찌푸립니다.
 
윤해수:윽, …오빠?
 
눈이 빛에 적응할 새도 없이 흰 복면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몰려들어오고… 그 뒤에 율리우스 신부가 나타납니다.
 
율리우스 신부가 당신의 목에 손전등을 비추며, 아직까지도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멍자국을 보고 말합니다.
 
“… 보아라. 이 아이에게 성흔이 있지 않느냐.”
 
옆에 있던 신도가 이어서 말합니다.
 
“같이 있던 오빠는 안 보입니다, 신부님.”
 
듣기 판정
 
윤해수: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상관없다. 이 아이만 있으면 된다. 다른 녀석에게는 언제나처럼 …로 얼버무리면 될 일이 아니냐.”
 
율리우스 신부가 신도에게 나즈막히 말합니다.
 
윤해수:(성흔이 남은 제 목을 감싼다.)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그 순간,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지고, 당신의 시야가 다시 어두워집니다.
 
...
 
눈을 뜬 당신은, 횃불로 밝혀진 어두침침한 방의 의자에 묶여 있습니다.
 
건강 판정
 
윤해수:
건강
기준치: 55/27/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맞은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지만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습도가 높고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어딘가의 지하인 것 같습니다.
 
윤해수:…! (있는 힘껏 몸부림친다.) 저기요!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윤해수:(주머니에 나이프를 갖고 있을까요?)
 
행운 판정으로 정해봅시다.
 
윤해수: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몸부림을 치다 보면 주머니에 찌르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간신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내면, 밧줄을 자르고 풀려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해수:(이런 미친… 미친놈은 그 기분나쁜 신부였잖아! 나이프로 밧줄을 잘라냅니다.)
 
간신히 밧줄을 잘라 풀었지만 야속하게도 복면을 뒤집어쓴 신도 하나가 방으로 들어옵니다.
 
윤해수:…! (나이프를 신도에게로 겨눕니다.)
다, 다가오지 마.
 
윤호수:… 율리우스 신부의 계략에 완전히 속아넘어갔어.
 
복면을 천천히 벗자 드러난 얼굴은 윤호수입니다.
 
한 손에는 벗은 복면을, 다른 한 손에는 피가 묻은 손도끼를 들고 있습니다.
 
윤해수:오빠…! (목숨의 끝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던 참에,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등장했다.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놀랐잖아!
 
윤호수:… 미안해. 신부님이랑 얘기만 잘 된다면 이사하는 것으로 잘 끝날 줄 알았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윤해수:이제야 말해주는 거야? 대체 무슨 계략이었길래? (사과는 내 쪽에서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묻는다.) 그 차림은 또 뭐고?
 
윤호수:네 상태와 관련해서 신부님이 성당에서 이야기를 하자며 날 불렀어.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고 우리 집에 가서 널 납치한 거야. 난 그제서야 속았다는 걸 깨닫고 너한테 왔고… 들키지 않으려고 신도 옷을 뺏어 입었어. (도끼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윤해수:흠, 사람 죽였어? (망설임 없이 물어본다.)
 
윤호수:(훅 치고 들어오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움찔한다.) 그게, 그러려던 건 아닌데...
 
윤해수:제정신이야?
 
윤호수:미안해.
 
윤해수:… 알면 됐어. 오빠도 진짜 답답하긴. 무작정 가둘 게 아니라 제대로 설명을 해줬어야지.
 
윤호수:미안… 이제부터라도 다 설명해줄게.
 
윤해수:(설명해보라는 듯 턱을 치켜든다.)
 
윤호수:… 우선 널 가뒀던 건 '어둠의 아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야. 실제로 그건 창문이나 문틈으로 기어들어와서 널 옭아매서 성흔을 남겼어.
 
윤해수:촉수 같은 게 날 옭아매는 꿈을 여러번 꿨는데… 그 악몽이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거야?
 
윤호수:아마도 그랬을 거야. 지금 '어둠의 아이'를 숭배하는 율리우스와 신도들이 너를 제물로 점찍었어. 여기서 너무 지체하면 또다시 붙잡히고 말 거야.
이 마을은 지금 그들에게 잠식되어 있어.
 
윤해수:내가 도망가면 도망칠 수 있는 존재야, 걔네는?
 
윤호수:마을 밖으로 도망친다면… 피할 수는 있겠지. 계속 도망쳐야 하겠지만.
 
윤해수: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도망자 신세가 돼야 한다는 거구나, 그럼.
(그렇게 말하며 호수가 들고 있는 손도끼에 시선이 닿는다.) 게다가 누가 이미 살인을 저질러버렸고.
 
윤호수:아… (그 말에 곤란한 얼굴이 된다.) 나는 경찰에 잡히겠지만… 그래도 너는 마을 밖으로 도망칠 수 있어.
 
윤해수:됐네요. 그런다고 어디 발 뻗고 자겠어?
맨날 도망치는 오빠와는 다르게 난 정면돌파하는 타입이거든. 아마도 말이지? ... 그러니까 난 도망 안 가. 어떻게든 해보자구. (주머니에 있는 나이프를 쥔다.)
 
윤호수: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 나도 이번엔 도망 안 가. (도끼를 세게 쥐고서 그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갑니다.)
 
둘은 해수가 갇혀 있던 지하 창고를 나와 예배당으로 향합니다.
 
예배당의 2층, 성직자들의 집무실에는 율리우스 신부가 있을 거라며 호수가 앞장서갑니다.
 
서둘러 예배당으로 향하던 순간, 뒤쪽에서 펑. 무언가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리고, 복면을 뒤집어쓴 신도들이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지르며 창고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윤해수:꺄악! (신도들에게 안 보이는 구석에 몸을 숨깁니다.) 뭐야?
 
윤호수:(함께 몸을 숨긴 채 나지막히 말합니다.) 널 찾으러 들어왔을 때, 미리 손을 써 뒀어.
 
윤해수:오~ 정말? 이건 칭찬해줄게.
 
윤호수:(흐리게 웃어보입니다.) 뭘. .. 잘 따라와.
 
윤해수:… (다시 걷다가 문득,) 오빠. (뒤에서 부른다.)
 
윤호수:왜?
 
윤해수:아까 때려서 미안해.
 
윤호수:아니야. 내가 설명이 부족했던 건 맞으니까.
 
윤해수:… 나 안 미워? 미울 만도 한데. (비단 아까의 일뿐만이 아닌, 우리의 관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통틀어 묻는 듯했다.)
 
윤호수: 예전 일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그것도 내 설명이 부족했으니까. (난 항상 맞서는 것에 서툴러서, 늘 도망쳐버리고 말아. 그 때도 지금과 같았지.) 오히려… 미안하다고 생각해. 설명하지 않아서. 모든 일을.
 
윤해수:흐응… 사실 알아. 오빠가 날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니, 어쩌면 조금은 미울지도 모르지. 그치만 오빠는 그 미안함 때문에 날 미워할 수 없는 거야.
내 말 맞지?
 
윤호수:어… … (사실이다. 내가 해수를 보호하려는 것도 과거의 일에 대한 죄책감일 뿐. 제대로 설명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으면서, '착하게'굴면 용서될 줄 알았던 지도.)
 
윤해수:그러니까 집에 가서 다 말해줘, 시원하게.
그리고 그 때는 날 좀 미워해 봐.
 
윤호수:… 알겠어. (눈을 감았다 떴다.) 어느새 말하는 게 되게 어른스러워졌네.
 
윤해수:뭐어. (으쓱하고 만다.) 오빠가 너무 고분고분해서 누가 보면 내가 오빠 때리는 줄 알겠어, 진짜.
 
윤호수:때리잖아
 
윤호수:무슨 소리야 그게… (먹금)
 
윤호수:그냥 먹금하는 편
 
예배 때와는 달리 텅 빈 예배당은 을씨년스럽습니다.
 
호수는 도끼를 들고, 해수는 나이프를 든 채 계단을 오르고, 드디어 널찍한 복도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일순간 울리는 목소리와 여러 사람의 인기척에, 둘은 숨을 죽이고 복도 한구석에 몸을 낮춥니다.
 
듣기 판정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아오
 
율리우스 신부의 성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지만, 왕왕 울려대어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
 
윤해수:오, 가까이 있나본데.
 
복도를 달려가는 신도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둘은 다시 일어나 율리우스가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갑니다.
 
율리우스가 차마 비명도 지르기 전 호수가 율리우스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윤호수:당신! (불시에 뒤에서 달려들어 율리우스를 제압하고, 한 손으로는 그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핏자국이 남은 손도끼를 들이밀었다.) 앞으로 제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만일 소리라도 지른다면 당신네 부하들이 달려오기 전에 당신을 먼저 처리하겠어요.
 
공포에 질린 율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수는 율리우스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어줍니다.
 
윤해수:꼴 좋다!
 
윤호수:… 당신네 '신', 그 나무는 어디 있죠? (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묻습니다.)
 
율리우스 신부는 감히 자신을 조롱한 해수에게 당장이라도 무어라 저주라도 내뱉고 싶은 눈치지만, 호수가 든 도끼가 더 두려운 모양인지 한참 이만 악물고 있다가 대답합니다.
 
”하! 왜. 죽이기라도 할 생각인가? 신을? 그건 불가능해. 도끼 한 자루로 이 마을 전체를 부술 셈인가?”
 
지능 판정
 
윤해수: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마을 전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인기능 판정을 통해 정보를 직접 얻어낼 수 있습니다.
 
윤해수:신이 이 마을 전체에 퍼져 있는 거야? 설마 덩굴인 척 하면서?
 
”쳇…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는 아니었나 보군.”
 
"그래, 이 마을 전체가… “어두운 아이”로 이루어져 있던 거다! 수상할 정도로 많던 담쟁이 덩굴들, 그 사이사이에서 스멀스멀 퍼져나가던 잎조차 달리지 않았던 덩굴들…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것들이 전부 “어두운 아이”다. 고로 신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 우리는 영원불멸할지어다!"
 
윤해수:우리 다 알고 왔거든! 여기가 아주 미친 놈들이 지배하는 마을이었다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속이 다 시원할 지경이야. (심호흡을 한번 한다.) 이제라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잘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충격이 역력하다. 비슷한 말을 반복해 중얼거렸지만, '다행이다', 사실 이 쪽이 본심이었다. 분노와 공포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렇다면 당신을 없애면 어떻게 되지? 과연 영원불멸일까? (나이프를 들어 율리우스의 턱끝에 겨눈다.)
 
"그건…"
 
율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해수,
 
관찰 판정
 
윤해수: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윤호수:울디마,
 
당신은 율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노쇠하여 주름이 가득한 얼굴, 하얗게 샌 머리카락이 눈에 띕니다.
 
윤해수:왜, 못 말해? 당신을 없애는 게 정답이구나?
 
윤호수:(해수에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퍼뜩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 지금 당신을 처리해버리면, 교단은 무너지고 우리를 쫓아야 할 사람들은 구심점을 잃고 혼란에 빠질 테죠. 그러면 이 잔인한 신도, 종교도... 모두 끝이에요.
 
그렇게 말한 호수는 손도끼를 고쳐 쥐고 해수를 바라봅니다.
 
죽일 거야? 하고 묻는 듯한 얼굴입니다.
 
윤해수:여기까지 와서, 뭘 고민해? (율리우스의 목덜미에 나이프를 힘껏 박아넣습니다.)
 
나이프가 목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도끼가 무언가 단단한 것과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나고,
 
율리우스 신부의 노쇠한 몸이 앞으로 무너져버립니다.
 
그러자 손도끼를 들고 잔뜩 긴장한 표정의 호수가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윤호수:… 헉, (스스로 저지른 행동에 놀랐는지 두어 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우선 도망치자.
이번엔 도망치는 게 아니라, ... 자유를 찾게 된 걸까? (지친 얼굴로 돌아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끔찍한 몰골로 쓰러진 율리우스 사제를 뒤로하고, 둘은 성당을 나와 무작정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불타고 있던 지하 창고의 불씨가 예배당에 옮겨붙었는지 동요하는 신도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커져갑니다.
 
그러나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달립니다. 마을을 벗어나는 아무 버스나 잡아타 몸을 싣습니다.
 
어느 날, 호수가 당신에게 신문을 내밉니다.
 
신문에 적혀 있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마을 하나의 주민이 모두 죽은 채 발견됐다는 기사예요.
 
[대부분의 주민들은 목에 덩굴이 얽혀 질식하였거나, 팔이나 다리에 덩굴이 얽힌 채 움직이지 못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마을 중앙의 성당에서는 사제 율리우스의 불탄 주검이 발견되었다.]
 
신문을 읽고 있으면 호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윤호수:해수야. 난… 너를 지켜냈어.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끝내는 죽음으로 도피하려고 했던 죄. … 이걸로 갚았어.
이제 우리는 괜찮을 거야. 영원히.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단풍이 들었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지만, 그 여름의 후덥지근한 냄새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nding 3 "CRAZY PSYCHO LOVE"
KPC: 생환, 탐사자: 생환 (체력 1 회복. SAN 1d3+1 회복)